“‘봄·봄’의 소설가 김유정의 영문 이름 헷갈리네….”

추억의 경춘선을 타고 서울에서 춘천으로 가다보면 강촌역을 지나 ‘김유정역’이 나온다. 학창 시절 누구나 읽어봤을 법한 1930년대 소설 ‘소낙비’ ‘봄·봄’ ‘동백꽃’ 등을 쓴 김유정(金裕貞·1908~1937)의 이름을 딴 간이역이다. 우리나라 역 이름 중 개인의 이름을 딴 최초의 역이다.

김유정역은 당초 ‘신남역’이었으나 2004년 12월부터 김유정역으로 바뀌었다. 김유정역이 생긴 주요 배경은 우선 강원도 춘천에서 출생한 김유정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자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메밀꽃 필 무렵’의 이효석이 평창을 유명하게 한 것처럼 ‘김유정 브랜드’를 활용해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해 보자는 것.

이런 의도가 잘 맞아떨어져 이곳에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아연 활기를 띠고 있다. 역 이름도 매우 낭만적인 데다 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김유정이 실제로 살며 작품의 무대로 삼았던 춘천시 신동면 증3리(실레마을) 마을과 뒤편 금병산 일대를 ‘김유정 컨셉트’로 꾸며놓은 덕이다.

지난 주말 이곳을 찾은 글로발산악회 회원들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광경을 발견하고 모두가 어리둥절해졌다. 역사에 내걸린 김유정역 간판과 역사 문을 밀고나와 두세 걸음 지점에 세워진 대형 관광 안내판의 김유정 영문 이름이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역 간판에서 분명 ‘GIMYUJEONG’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안내판에는 ‘KIMYOUJEONG’으로 표기돼 있었던 것.

역 직원에 따르면 철도공사와 춘천시가 따로 시설물을 설치하다 보니 빚어진 일이라고 한다. 이미 여러가지 안내판, 유인물, 책자 등을 각자의 표기방식대로 해놓아 아직까지 어느 한쪽으로 고치기 못한다는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산악회 회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한때 벌어졌으나 결국은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뭔가 크게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서울에 사는 권모씨는 “어느 표기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통일이 돼야 할 것 아니냐”면서 “지척 거리에 있는 역 간판과 안내판을 본 외국인 관광객들은 우리보다 더 황당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정역이 생긴 지 만 2년이 다 되도록 이런 일이 계속되는 이유는 춘천시와 철도공사가 서로 “니네가 고쳐라”고 기싸움을 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임승수 전 말과글 편집장은 “로마자표기법이 바뀌면서 빚어진 혼란”이라며 “현 표기법은 ‘GIM’이 맞는다. 김유정이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예외가 인정되겠지만, 광복 이전에 죽은 사람이므로 원칙에 맞게 적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임씨는 또 “이효석의 소설 이름도 원래는 ‘모밀꽃 필 무렵’이었으나 맞춤법이 바뀜에 따라 ‘메밀꽃 필 무렵’으로 바뀐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영문표기의 오류는 마을 한복판에 세워진 ‘김유정문학촌’에 가면 또다시 재현되고 있다. 김유정이 연희전문(현재의 연세대학교)을 다녔다는 대목에서 어이없는 실수가 버젓이 드러나고 있는 것. 영문 안내판은 연세대학교의 ‘YONSEI’를 ‘YONSCI’라고 표기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