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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연신원 건물 잔해를 바라보며 연세 신학의 정신과 정체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신학은 정신의 문제를 다룬다고 하지만 이 건물이 허물어지고 나서야 건축물의 물질적 '결'이 역사의 기억을 되세기게 하고 정신을 자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건물이 연세 신학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물질이었다는 것이 새삼 놀랍게 다가왔습니다. 건물의 파괴는 그 건물이 상징하는 세계교회협의회의 에큐메니칼 정신에 대한 기억조차 없애려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됩니다. 연세 신학의 정체성은 언더우드의 19세기 식의 선교 신학 만이 아니라, 1960-80년대 까지 지켜 온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인 신학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진취적 신학은 1964년 세계교회협의회에 의해서 이 연신원이 지어진 이후에 가능하게 되었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이후 한 교단이 아니라 여러 교단이 연합하여 에큐메니칼 신학과 교회 연합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연세 신학의 성격을 방향지워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연신원은 한국신학의 산실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연세 신학은 80년대 후반 부터 '교회를 위한 신학'의 슬로건 아래 교회의 필요에 민감하게 응답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 같습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는 한국교회의 경제적 도움으로 새 건물을 지을 수 있을 만큼 물량적으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칼하게 현재 소위 '선교센타'의 3000 평 건물을 짓기 위해서 80년 대 이후의 연세 신학의 현재의 성격이 60-70년대 신학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194평의 연신원 건물을 삭제하는 결과가 오고 말았습니다. 연신원 건물을 없애는 것은 연세신학의 정체성을 현재의 소위 '성장주의' 신학만으로 규정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또 다른 연세신학의 나이테를 이루는 60-80년대 초에 우리를 형성했던 정체성을 기억시키는 연합신학대학원 건물은 정말 없어져야 하는 것일까요? 이것을 유지시키고도 현재의 신학의 성격을 규정하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요? 이제 이미 역사의 숨결을 머금은 채 연신원 건물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나이테를 기억하게 하는, 그리고 우리가 누구였는지를 묻게해 주는 물질로서의 건물과 그 공간은 이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이 연신원의 신학적 정체성을 되살리는 길은 연신원 건물을 보전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신원 건물이 상징하는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신학의 정체성을 오늘의 시점에서 구현시킬 수 있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생태학적 신학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이 건물과 그 주위 공간을 복원하고 지키는 것이 현재 우리가 자발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신학적 결단의 문제는 아닐는지요?.
연세 신학은 역사의 현장의 가장 첨예한 문제와 씨름하는 신학이었습니다. 은퇴하신 김찬국 교수님과 서남동 교수님을 기억해 보십시다. 이들 라면 현재 생태주의적 신학에 민감하게 응답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에코캠퍼스를 외치고 있는 '연신원 지키기 대책위원회'의 목소리에 귀기울였을 것입니다. 이들의 신학은 민중과 민초와 초목의 울부짓음에 응답하는 신학이지 않았겠습니까?
우리는 연신원 건물과 그것과 어우러진 오솔길, 나무, 새, 그리고 돌로된 계단이 주는 생태학적 공간, 그리고 1920년대 지은 핀슨홀과 1940년대 지어진 한경관, 1960년대 지어진 연신원 건물의 삼각편대의 건물의 공간성이 주는 역사적 연계성을 보존함으로써 우리 시대의 생태주의적 신학의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에코캠퍼스의 첫번째 케이스로서 우리 연세 신학대학이 연신원 지키기 대책위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연신원 건물과 그 주위 공간을 유지하고, 제 3 의 건축부지 공간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이렇게 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 인 연세신학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아닐는지요?
동문 여러분.... 폐허가 된 연신원 건물을 둘러보시고, 이것을 지키기 위한 에코캠퍼스 운동이 무엇인지 이 운동의 구성원들과 대화해 보십시오. 신과대 교수들이 발표한 호소문에 나오는 것처럼 이들을 '정의스럽지도 진실하지도 않다'고 몰아 세울 수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우리 모두 녹색의 푸르름을 위한 상생의 신학이 무엇인지 토론해 보십시다. 저의 신학적 토론 제안에 많은 참여를 부탁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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