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전부터 각 대학마다 학생 포털 사이트가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구에 회자되던 곳들로 이화이언(www.ewhaian.com), 성대사랑(www.skkulove.com), 연세인닷컴(www.yonseiin.com), 스누라이프(www.snulife.com) 등이 있다.  이들 사이트는 학교 내외의 소식들과 학내 공연 문화 정보, 강의 정보, 벼룩시장, 심지어는 미팅까지 각종 정보를 교류하며 학내 미디어의 중심축으로 그 영역을 공고히 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사이트의 게시판은 정치·사회·학내 문제에 대한 현안들로 다양한 토론과 논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에 반하여 각 대학 총학생회들의 사이트를 한번 둘러보자.  글의 조회수부터 위에서 언급한 사이트들의 1/3에도 미치지 못한다.  글이 올라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보통 학생회 간부나 학생회 활동의 전반을 잘 아는 몇몇에 의해 쓰여진 글들이 올라오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일단 학생들의 관심사와는 전혀 거리가 먼 내용들이 주류를 이룬다.

학생사회가 죽어간다고 한다. 

2~3년 전부터 어느 학교든 총학생회 선거 기간이 되면 최대의 이슈는, 누가 '꿘' 이고 누가 '비권'이냐는 것과, '과연 학생회칙에 규정된 투표율을 제한된 시간 안에 넘길 것인가'의 문제이다.  세상에! 선본의 주요 공약이 무엇인지, 저 사람들이 당선되면 어떠한 지향을 가지고 일한 것인지, 그것이 현재의 정세에 적합한 것인지는 머리 아프니까 따질 거 없고, 굳이 선본간 차이를 따져야 한다면 어느 선본의 후보가 '얼짱'이고 '얼꽝'인지 정도?

이 정도 되면 학생 사회에서 좀 오래 계셨다 싶은 분들은 일단 '학생운동 망했다'는 이야기부터 할 것이다.  내가 대학에 들어오던 시절, 최초의 비권 총학이 수권한 해이긴 했지만, 개강집회 때 500여명 이상이 모였다.  그때도 좀 연세 있으신 선배님들은 통일대축전때는 몇 명이었네, 3년 전 개강집회 때는 몇 명이 모였네 등의 이야기로 학생사회가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학생운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 7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90년대와 그 이후에 대학생활을 보낸 이들의 대답은 각기 다를 것이다.  하지만 아마도 그 떠오르는 것에 있어서 70, 80년대와 90년대 후반 이후의 질적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즉, 70~80년대 운동주제가 반독재, 민주화였다면 이것은 주제이면서 동시대 대학인의 큰 관심사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이후 현재의 운동주제가 과연 동시대 대학인들의 관심사와 일치하고 있는가?

최근 대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과 웰빙이다. 취업 시즌이 다가오면 "올해가 사상 최악의 취업대란"이라는 뉴스보도가 매년 반복된다.  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여러분 또한 많은 분들이 ‘토익'과 함께 정신없는 방학을 보냈을 것이다. 

사실 청년실업의 문제는 산업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와 인적자본 생산구조의 왜곡과 많은 부분 결부되어 있다. 올 초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신입사원'을 다들 기억할거다.  강호(에릭 분)와 미옥(한가인 분)의 러브 스토리도 재미있었지만, 그 드라마를 통해 많이 이슈화되었던 부분이 정규직-비정규직의 문제와 청년실업의 문제, 학벌문제였다. 

여러 젊은 네티즌들이 그 문제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드라마의 내용에 공감했고 드라마는 높은 인기를 얻었다. 그것은 바로 그 이야기가 우리 사회의 특수한 몇몇의 이야기가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대학인들의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http://hanchongryun.jinbo.net)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여전히 자주통일, 주한미군철수의 구호가 가장 중심에 놓여있다. 전국학생연대회의(http://yd.jinbo.net)의 사이트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그렇다. '그들'이 말하는 학생사회·학생운동은 죽었다. 하지만 학생운동, 학생회, 학생사회는 동치(同値)가 아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감히 대학사회가, 학생사회가 죽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학생사회는 그들의 시야와는 다른 영역에서 여전히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집회에 참석하는 학생의 수도 눈에 띄게 줄었고, 캘린더 사업인 농활이나 4.19 행사 등에 참여하는 숫자도 말도 못하게 줄어들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대중가수가 등장하는 축제의 공연에는 예전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모이고, 저명한 연사의 강연회에는 수백 명이 모이며, 각 대학의 문화 관련 동아리나 강좌에는 북새통을 이루고, 각 대학의 학생 포털에는 매일 수천의 접속수가 기록된다. 

나날이 각종 봉사활동단체에서 활동하는 학생은 늘고 있으며, 봉사활동 학점인증이 되는 학교의 관련 강좌는 인기리에 마감된다. 정말 학생사회가 죽어가고 있는 것일까? 올 가을 선거에서는 일상의 정치에 뿌리내린 학생사회·학생회·학생운동의 네트워크가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