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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소식을 들으려면 인터넷 게시판에 접속하라. 크고 작은 학내 소식이 대학 내 게시판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시절은 옛날이 되었다. 대자보와 학보를 보고 논쟁하던 대학가 풍경은 인터넷에 밀려 추억이 됐다. 인터넷이 대학생들의 주요 공간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들의 의사소통도 각 대학 홈페이지나 자체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 주로 사이버상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학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쟁들은 종종 학교 담을 넘어선다. 하리수씨의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불합격이나 학점 맞교환과 굿모닝시티 기부금을 둘러싼 연세대의 경우엔 교정 바깥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2001년에는 부산대와 경북대에서 열띤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부산대생들이 만든 여성주의웹진 ‘월장’(home.freechal.com/wallzzang)이 ‘예비역’과 관련한 기사를 실으면서 월장 게시판과 부산대 자유게시판은 월장을 성토하는 예비역들의 융단폭격을 받기도 했다. 경북대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는 대학 내 콘돔자판기 설치가 뜨거운 논란이었다.
벽보 게시판’ 대체한 인터넷 대학게시판
각 대학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는 강의 평가나 학교 주변 먹거리나 주거정보 등에 대한 의견교환도 풍성하다. 교내 성희롱 사례나 교수임용 비리, 건물의 증개축과 이전 문제 등도 게시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논쟁거리다. 최근에는 ‘경북대 교수의 성희롱 의혹’이나 ‘불교대학 이전을 둘러싼 동국대’ ‘충남대 불문과 교수임용 심사부정 의혹’ 등이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다.
한때 게시판에서 익명을 보장하며 자유로운 글쓰기를 보장했던 대학들이 갈수록 재학생과 졸업생들에게만 접근을 허용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학벌논쟁이나 인신공격과 비방, 광고글을 막는다는 이유에서 시작된 ‘외부인 접근제한’은 대학 게시판의 여론수렴 기능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아무개(24·대학생)씨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게시판에서 학교를 비난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며 “학교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아이피 추적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거의 접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립적인 대학별 웹진 인기
대학 게시판이 일상적 소통과 토론의 기능을 상실하면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포털사이트에서의 커뮤니티 활동이다. 포털사이트 다음(daum.net)에 개설된 대학이나 학과 관련 카페는 6만956개, 2만6336개에 달한다. 프리챌과 싸이월드에는 각각 8738개, 57개가 개설돼 여론 형성의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다.
연세대 연세인(yonsein.com), 서울대 스누라이프(SNULife.com), 이화여대 이화이언(ewhaian.com) 등의 대학별 웹진도 인기를 끌면서 학생들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떠올랐다. 스누라이프 게시판에서는 정운찬 총장의 ‘학벌철폐 주장은 포퓰리즘’ 발언 등에 대한 활발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벽보 대신 여론 수렴해온 게시판, '외부인 접근제한'으로 위축되자
포털사이트 커뮤니티등 대안으로 일상정보 중심에 시사토론까지
총학생회도 토론 활성화 팔 걷어
이들 웹진은 게시판 외에 벼룩시장·커뮤니티·강의 평가·아르바이트·하숙 정보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아무개 교수 수업은 어때요” 등 일상사에 대한 글들이 게시판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 군인권 문제나 취업·성폭력·주한미군·군대위안부 등과 같은 사회적 주제에 대한 토론도 이뤄지지만 학내 문제에 비해 관심이 높지 않다.
덴티즌(dentizen.co.kr, 치과계열), 케이피라인(kpline.co.kr, 약학계열), 셈월드(cemworld.com, 공학계열), 학보(hakbo.co.kr, 대학학보 포털), 캠퍼스경남(campuskn.co.kr, 경남지역 대학생 포털), 칼리넷(collenet.com, 대학인 포털) 등도 전문화된 대학생들의 웹진이다.
토론문화 진작에 총학생회 팔걷어
최근에는 총학생회나 학보사가 사회적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며 토론문화 조성에 나서기도 한다. 총학생회 농활지원 철회, 총학생회장의 〈국방소식〉 기고로 소란했던 성균관대는 총학생회 게시판에서 활발한 논쟁이 벌어졌다. 총학생회의 게시판에서는 사회적 논란에 대한 토론과 함께 대학문화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자란 세대라 문제의식이 무뎌지고 분노할 줄 모른다. 진정한 캠퍼스 문화가 사라지고 키치 대중문화를 따라가는 캠퍼스문화가 되어버렸으니….”(경희대 게시판 아이디 ‘의식이문제’)
몇몇 대학 학보사들은 심포지엄을 여는 등 인터넷 여론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활발한 토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성균관대 등은 학보사 편집국에 인터넷여론부(여론매체부)를 두고 있다. 조명희 이화여대 인터넷여론부장(정외과 3)은 “학교나 포털사이트 게시판이 시사적 내용보다는 흥미 위주로 흐르면서 토론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토론방 운영이나 리포터 활용으로 이를 개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미영 〈인터넷한겨레〉 기자
kimmy@ne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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