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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온라인 시대
광장에서 웹사이트로
아크로, 백양로, 금잔디광장의 공통점은? 그렇다. 바로 각 대학을 대표하는 ‘광장’이라는 점이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들은 대학인의 집결지이자, 여론의 진원지였으며, 각종 행사의 중심무대가 됐다. 아고라 광장이 고대 그리스 시민사회의 중심지였듯, 대학 내에 있는 ‘광장’들은 대학사회의 심장이었다. 그런데 21세기의 대학사회에서는 현존하는 ‘광장’ 이면의 새로운 광장들이 주목받고 있다. 정보화라는 흐름에 발맞추어 탄생된 사이버 공간들이 이런 ‘광장’의 기능을 상당부분 대신하게 된 것이다.
광장의 가장 큰 의미는, 그것이 대학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여론의 중심부였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광장은 다양한 집결장소로서 여론 조성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그러나 광장을 통한 실제적 집결에서보다 더 자주 만나고, 더 많은 의제를 소통하며 여론을 조성해가는 공간으로서 ‘사이버 공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익명성, 편리, 방대한 정보
사이버공간이 소통과 여론조성의 공간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학내포탈사이트를 거의 매일 이용한다는 김윤호(건국대 영화 04)씨는 “온라인 공간의 가장 큰 장점은 익명성”이라고 말한다. 학내 온라인공간을 비교적 자주 이용한다고 답한 이병국(서울대 독어교육 04)씨 또한 “익명성이 전제되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거리낌 없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이 일정한 의제에 대해 가능한 한 다양한 생각을 자유롭게 이끌어내는 기능을 해 여론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정은정(한성대 국문 04)씨는 “일단 이용하기가 편리하고, 한번 접근하면 다양한 사람과 대량의 방대한 정보를 접할수 있는 점”을 지적한다. 편리성과 신속성은 사이버공간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수 시간에 걸친 집회로서야 비로소
다뤄질 수 있는 의제들이 온라인공간에서는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다뤄질 수 있다. 연세인 닷컴의 운영자 최성식(연세대 영상대학원)씨는 학내 온라인 공간이 “특정한 사회에서 의견을 내고 자문 구하는 커뮤니케이션 툴로서 기능한다”고 밝혀, 온라인 공간이 의사소통의 중요한 매개가 됨을 지적했다.
사이버공간은 현실공간이 가지지 못하는 매력을 풍부하게 갖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공간은 단순히 현실공간과 구별되어 존재하는 실체라기보다, 현실의 연장선상에서 보완자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편리성과 신속성, 익명성이라는 새로운 매력을 제시하는 한편, 현실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가 바로 사이버 공간이다. 따라서 사이버 공간의 매력은 현실공간과 구별되는 특징 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공간과 구별되는 장점을 지니는 동시에 현실문제를 반영하고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함께 지닌다는 데서 찾아볼수 있다. 대학가에서도 특히 사이버공간이 “현실의 문제를 분담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다. 그 결과 대학가의 사이버공간은 우선과제, 수강신청, 성적확인 등의 행정업무를 분담한다. 빡빡한 학사과정에서 수업시간에 다루기 어려운 토론의 과정이 사이버공간에 의해 보충된다. 일부 대학에서는 사이버 강의 자체를 별도의 수강코스로 인정하기도 한다. 정은정(한성대 국문 04)씨는 “평소에는 굳이 학내 온라인 공간을 찾지 않지만, 과제를 제출하고 성적을 확인하는 등 수업과 행정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온라인 공간을 찾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이버공간은 대학차원에서 현실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분담하는 수단으로 적절히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현실문제의 분담자로서의 온라인
사이버 공간은 현실공간과 직접 관련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용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운영하는 포탈사이트에서는 주거정보, 강의정보 등 학생들이 대학생활을 하는 데 있어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또, 각각의 실제 사례들에 대해 카운슬링을 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처럼 사이버 공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현실공간의 문제를 분담한다. 현실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현실에서 비롯된 문제를 단순히 ‘다루고 나누는 데’ 있지 않고, 사이버 공간 자체가 능동적인 도움의 주체가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를 ‘연세인 닷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연세인 닷컴은 온라인 공간에서 얻은 수익을 장학재단 및 연구소 설립기금으로 환원한다. 운영자 최성식(연세대 영샹대학원)씨는 “후배들을 양성하고, 모교에 도움을 주는 데 온라인 공간의 수익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수익의 운영원리를 설명했다. 이것은 온라인 공간이 현실 공간에 도움을 주는 가능성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예다. 온라인 공간 특유의 매력과, 그것이 현실의 대학공간에 미치는 유용성은, 온라인 문화가 단순히 기술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시대적 트렌드로 발돋움하는데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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